
사진에서 젖 짜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양치기를 했다. 학교는 못 다녔다. 아빠가 교실에서 끌어내 산으로 보내버렸다. 그는 종일 산에서 지낸다. 산은 고립을 상징하면서 지배와 억압을 뜻한다. 산은 아빠의 자장磁場이기 때문이다. 그가 산에서 도망치거나 친구와 떠드느라 양 돌보기에 소홀할 때마다 아빠가 쫓아와 매를 든다. 그에게는 소통도 없고 자유도 없다. 허락되는 일이라고는 양치기뿐이다. 아빠가 그를 산에 보낸 이유는 생계 때문이다. 아빠는 그가 장남이었기에 양 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자식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가족은 집단을 상징하고 자식(주인공)은 개인을 상징한다. 영화는 집단 앞에 무너진 개인을 계속 보여준다. 자아를 상실한 개인은 고립되어 성性에만 천착한다. 수간하는 장면이 그렇다. <감각의 제국>에서 오시마가 지적했듯이, 무력한 개인은 욕망에 탐닉한다.
아이는 커서 청년이 된다. 그는 음악에 관심을 보인다. 음악은 산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통로다. 그는 양 두 마리를 아코디언 하나와 바꾼다. 아빠한테는 거짓말한다. 도둑이 양 두 마리를 훔쳐갔다고. 그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장면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 카메라는 산의 정경을 롱숏으로 잡는다. 그 밑에 자막이 뜨는데 자막은 음악과 어울려 가사가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언어학자가 된 그는 마지막에 인터뷰를 한다. 다큐멘터리 같은 네오리얼리즘의 특징인 듯하다. 영화는 첫 장면으로 돌아가고 교실에 앉은 아이들과 주인공의 등판을 보여준 뒤 끝난다.
생각할수록 괜찮은 영화다. 방황하는 청년에게 추천한다.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사는가? 나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 집단과 억압에 매몰되지 말고 개인과 자유를 추구하자. 요즘 내게 와 닿는 주제다.
ps. 이 영화는 사운드 몽타주로 유명하다. 사운드 몽타주란 소리와 영상을 병치해 대립시키고 갈등시키고 충돌시키는 방법. 인물의 심리를 소리로 표현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것이 사운드 몽타주인 듯하다.
at 2012/02/10 01:29

